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하베스트’ 본사 1층 연구실. 민명준(38) 대표가
맥주, 식혜, 케일, 당근 부산물로 만든 분말의 효소 반응을 살펴보고 있다. 가루의 용도나 기능을 가늠해보려는 것이다.
민 대표는 “케일이나 당근은 식이섬유가 굉장히 많아서 건강 기능 제품의 원료로 개발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말 설립된 리하베스트는 ‘푸드 업사이클링’(Food Upcycling) 스타트업이다.
리하베스트라는 기업명(Re: 다시, Harvest: 수확)에서 알 수 있듯이 식품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곡물 부산물을 재활용해
친환경 식품과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맥주나 식혜를 만들고 남은 보리 부산물이 대표적이다.
‘에너지를 되돌린다’는 의미로 민 대표가 ‘리너지’(Renergy)라고 이름 붙인 부산물 가루를 모아
곱게 간 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납품하면 빵, 도(dough) 등으로 다시 태어난다.
리하베스트가 직접 스낵, 단백질 파우더 등으로 만들기도 한다. 예컨대, 국내 보리농가가 재배한 보리로
식품 회사가 150t의 식혜를 생산하고 나면 리하베스트가 보리 찌꺼기 45t을 리너지 가루로 빻아 이를 에너지바로 제조한다.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던 민 대표는 지속 가능한 자원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보고 싶어
국내에선 생소하던 푸드 업사이클링 기업을 창립하게 됐다. 사실상 ‘맨땅에 헤딩’하듯 산업을 개척한 셈으로
유수의 기업들로부터 80억 원대 투자도 받았다. 민 대표는 “국내에서는 푸드 업사이클링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며
“우리나라는 부산물 종류가 많고 지역 간 거리가 가까워 업사이클링하기 좋은 환경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대체 원료를 꾸준히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메가 자유무역협정(FTA) 시대. 광활한 글로벌 시장은 우리 농식품산업계에는 위협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새로운 도전 기회가 되고 있다. 업사이클링을 포함해 식품 생산-유통-소비 전반에 첨단 기술을 결합한
‘푸드 테크’(Food Tech)와 농업자원에 생명공학기술을 접목하는 ‘그린 바이오’ 산업은 FTA 리스크(위험)와
글로벌 식량 위기의 돌파구이자 신(新)성장 활로로 급부상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농식품 분야 핵심 국정과제인
‘농업의 미래성장 산업화’를 위해 ‘푸드 테크 산업 발전방안’과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전략’을 각각 수립하며
농식품분야의 고부가가치 신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푸드 테크 분야의 경우 지난 2022년 2개 수준인 푸드 테크 유니콘 기업 수를 2027년 30개까지 확대하고
수출액도 같은 기간 5억 달러(약 6900억 원) 규모에서 20억 달러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2027년까지 10대 핵심분야에 대한 기술 경쟁력도 확대한다. 이를 위해 혁신 클러스터 육성·지원과 규제 개선 등을 담고 있는
‘푸드 테크 산업 육성법’이 연내 제정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푸드 테크 특화 시설·장비 조성으로
시제품 제작·기술 실증을 지원하는 ‘푸드 테크 연구지원센터’도 올해부터 2026년까지 총 315억 원 규모로 3곳 구축된다.
투자도 늘린다. 올해 3월 38개의 연구·개발(R&D) 신규 과제가 선정됐고 2027년 1000억 원 조성을 목표로 전용 펀드 규모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수출에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해외 식품박람회 참가 수요 조사·계획을 마련하고 해외 진출 기업의 현지 컨설팅도 지원한다.
호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수요 국가의 식물성 대체식품 수출 규제나 인증 등 제도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산업 육성에서 빠질 수 없는 인력 양성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청년층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7곳의 창업자대학 벤처 연구팀,
8곳의 재직자 푸드 테크 계약학과, 연간 60명의 신규 취업자 푸드 테크 기업 인턴십을 지원하고,
민관 협업을 위해 11월 중 ‘푸드 테크 산업 발전협의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그린 바이오 분야의 경우도 2020년 5조4000억 원 수준인 시장을 2027년 10조 원까지 키운다는 방침으로
유니콘 기업은 2022년 1개에서 2027년 15개로, 수출액은 2020년 2조7000억 원에서 2027년 5조 원까지 불려 나간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올 하반기 ‘그린 바이오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을 제정하고 종자,
동물용 의약품, 미생물, 곤충, 천연물, 식품 등 그린 바이오 6대 분야별 국내외 시장 규모, 산업동향·전망 조사 결과를 기업에 분기별로 제공할 계획이다.
내년 1월 산업 육성 전담기관으로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지정하고 같은 해 산업 집적화 및 산·학·연 연계를 위한 육성지구도 조성한다.
그린 바이오 분야 소재 개발의 자동화·고속화·표준화를 위한 ‘농식품 분야 공공 바이오파운드리(첨단분석시스템)’도 2곳 구축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푸드 테크를 통해 농식품 산업의 혁신성장을 도모하고, 그린 바이오로 뉴밸류 체인을 육성하며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대두분말로 ‘비건용 우유’를, 토마토는 ‘화장품’으로… 미래농업 선도하는 MZ
年 30% 이상 커지는 시장
2040 젊은층이 주축 인력
기능성 콩을 이용한 대두분말로 육류대체 식물성 고단백 소재를 개발하는 ‘더플랜잇’은 대두분말로 만든 마요네즈, 크래커, 쿠키, 대체우유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가나종묘’는 자체육성한 고기능성 토마토 품종을 활용해 화장품과 보조의약품을 생산·개발하고 있고,
‘대일국제종묘’는 중국 등에 생산성을 높인 고추·배추 종자를 수출하고 있다.
이들 국내 유망 ‘푸드 테크’(Food Tech)·‘그린 바이오’ 스타트업은 20∼40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주축이 돼 이끌고 있는 게 특징이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처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성장 중인 국내 푸드 테크 시장은 2020년 기준 약 61조 원으로 추산된다.
전체 식품·외식·유통 시장(570조 원)의 10%가량으로 추정되고 2017∼2020년 연평균 31%씩 폭발적으로 커졌다.
이 같은 성장률은 4%대인 식품산업 전체 성장률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푸드 테크는 식품산업의 신(新)성장 활로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분야별로는 온라인 식품 거래(43조 원, 73%), 케어푸드(12조 원, 20%), 간편식(4조 원, 7%), 대체식품(209억 원, 0.03%) 순이다.
글로벌 시장도 비약적으로 성장 중이다. 2020년 세계 푸드 테크 시장 규모는 약 5542억 달러(약 766조 원)였고 연평균 38%씩 성장했다.
분야별 시장 규모는 온라인 식품 거래(1985억 달러, 35.8%), 케어푸드(1848억 달러, 33.4%), 간편식(1304억 달러, 23.5%), 대체식품(294억 달러, 5.3%) 순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향후 대체식품, 식품프린팅과 로봇 등 생산공정기술에서 높은 성장이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종자, 묘목, 동물용 의약품, 유전자 변형·대체·곤충 식품 등 그린바이오 분야 역시 2020년 1조2200억 달러였던 글로벌 시장이 2027년 1조9200억 달러로 연평균 6.8%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동현 기자
■ FTA 경쟁력, 농업 고도화의 힘 - (3) 그린 바이오 등 농식품 新성장 산업
맥주·케일·당근 등 부산물 활용
친환경 식품·대체원료 재탄생
글로벌 식량위기 돌파구로 각광
2022년 2개였던 ‘유니콘 기업’
정부, 3년내 30개로 확대 목표
그린 바이오도 10조 시장 넘봐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하베스트’ 본사 1층 연구실. 민명준(38) 대표가
맥주, 식혜, 케일, 당근 부산물로 만든 분말의 효소 반응을 살펴보고 있다. 가루의 용도나 기능을 가늠해보려는 것이다.
민 대표는 “케일이나 당근은 식이섬유가 굉장히 많아서 건강 기능 제품의 원료로 개발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말 설립된 리하베스트는 ‘푸드 업사이클링’(Food Upcycling) 스타트업이다.
리하베스트라는 기업명(Re: 다시, Harvest: 수확)에서 알 수 있듯이 식품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곡물 부산물을 재활용해
친환경 식품과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맥주나 식혜를 만들고 남은 보리 부산물이 대표적이다.
‘에너지를 되돌린다’는 의미로 민 대표가 ‘리너지’(Renergy)라고 이름 붙인 부산물 가루를 모아
곱게 간 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납품하면 빵, 도(dough) 등으로 다시 태어난다.
리하베스트가 직접 스낵, 단백질 파우더 등으로 만들기도 한다. 예컨대, 국내 보리농가가 재배한 보리로
식품 회사가 150t의 식혜를 생산하고 나면 리하베스트가 보리 찌꺼기 45t을 리너지 가루로 빻아 이를 에너지바로 제조한다.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던 민 대표는 지속 가능한 자원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보고 싶어
국내에선 생소하던 푸드 업사이클링 기업을 창립하게 됐다. 사실상 ‘맨땅에 헤딩’하듯 산업을 개척한 셈으로
유수의 기업들로부터 80억 원대 투자도 받았다. 민 대표는 “국내에서는 푸드 업사이클링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며
“우리나라는 부산물 종류가 많고 지역 간 거리가 가까워 업사이클링하기 좋은 환경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대체 원료를 꾸준히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메가 자유무역협정(FTA) 시대. 광활한 글로벌 시장은 우리 농식품산업계에는 위협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새로운 도전 기회가 되고 있다. 업사이클링을 포함해 식품 생산-유통-소비 전반에 첨단 기술을 결합한
‘푸드 테크’(Food Tech)와 농업자원에 생명공학기술을 접목하는 ‘그린 바이오’ 산업은 FTA 리스크(위험)와
글로벌 식량 위기의 돌파구이자 신(新)성장 활로로 급부상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농식품 분야 핵심 국정과제인
‘농업의 미래성장 산업화’를 위해 ‘푸드 테크 산업 발전방안’과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전략’을 각각 수립하며
농식품분야의 고부가가치 신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푸드 테크 분야의 경우 지난 2022년 2개 수준인 푸드 테크 유니콘 기업 수를 2027년 30개까지 확대하고
수출액도 같은 기간 5억 달러(약 6900억 원) 규모에서 20억 달러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2027년까지 10대 핵심분야에 대한 기술 경쟁력도 확대한다. 이를 위해 혁신 클러스터 육성·지원과 규제 개선 등을 담고 있는
‘푸드 테크 산업 육성법’이 연내 제정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푸드 테크 특화 시설·장비 조성으로
시제품 제작·기술 실증을 지원하는 ‘푸드 테크 연구지원센터’도 올해부터 2026년까지 총 315억 원 규모로 3곳 구축된다.
투자도 늘린다. 올해 3월 38개의 연구·개발(R&D) 신규 과제가 선정됐고 2027년 1000억 원 조성을 목표로 전용 펀드 규모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수출에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해외 식품박람회 참가 수요 조사·계획을 마련하고 해외 진출 기업의 현지 컨설팅도 지원한다.
호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수요 국가의 식물성 대체식품 수출 규제나 인증 등 제도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산업 육성에서 빠질 수 없는 인력 양성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청년층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7곳의 창업자대학 벤처 연구팀,
8곳의 재직자 푸드 테크 계약학과, 연간 60명의 신규 취업자 푸드 테크 기업 인턴십을 지원하고,
민관 협업을 위해 11월 중 ‘푸드 테크 산업 발전협의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그린 바이오 분야의 경우도 2020년 5조4000억 원 수준인 시장을 2027년 10조 원까지 키운다는 방침으로
유니콘 기업은 2022년 1개에서 2027년 15개로, 수출액은 2020년 2조7000억 원에서 2027년 5조 원까지 불려 나간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올 하반기 ‘그린 바이오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을 제정하고 종자,
동물용 의약품, 미생물, 곤충, 천연물, 식품 등 그린 바이오 6대 분야별 국내외 시장 규모, 산업동향·전망 조사 결과를 기업에 분기별로 제공할 계획이다.
내년 1월 산업 육성 전담기관으로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지정하고 같은 해 산업 집적화 및 산·학·연 연계를 위한 육성지구도 조성한다.
그린 바이오 분야 소재 개발의 자동화·고속화·표준화를 위한 ‘농식품 분야 공공 바이오파운드리(첨단분석시스템)’도 2곳 구축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푸드 테크를 통해 농식품 산업의 혁신성장을 도모하고, 그린 바이오로 뉴밸류 체인을 육성하며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대두분말로 ‘비건용 우유’를, 토마토는 ‘화장품’으로… 미래농업 선도하는 MZ
年 30% 이상 커지는 시장
2040 젊은층이 주축 인력
기능성 콩을 이용한 대두분말로 육류대체 식물성 고단백 소재를 개발하는 ‘더플랜잇’은 대두분말로 만든 마요네즈, 크래커, 쿠키, 대체우유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가나종묘’는 자체육성한 고기능성 토마토 품종을 활용해 화장품과 보조의약품을 생산·개발하고 있고,
‘대일국제종묘’는 중국 등에 생산성을 높인 고추·배추 종자를 수출하고 있다.
이들 국내 유망 ‘푸드 테크’(Food Tech)·‘그린 바이오’ 스타트업은 20∼40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주축이 돼 이끌고 있는 게 특징이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처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성장 중인 국내 푸드 테크 시장은 2020년 기준 약 61조 원으로 추산된다.
전체 식품·외식·유통 시장(570조 원)의 10%가량으로 추정되고 2017∼2020년 연평균 31%씩 폭발적으로 커졌다.
이 같은 성장률은 4%대인 식품산업 전체 성장률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푸드 테크는 식품산업의 신(新)성장 활로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분야별로는 온라인 식품 거래(43조 원, 73%), 케어푸드(12조 원, 20%), 간편식(4조 원, 7%), 대체식품(209억 원, 0.03%) 순이다.
글로벌 시장도 비약적으로 성장 중이다. 2020년 세계 푸드 테크 시장 규모는 약 5542억 달러(약 766조 원)였고 연평균 38%씩 성장했다.
분야별 시장 규모는 온라인 식품 거래(1985억 달러, 35.8%), 케어푸드(1848억 달러, 33.4%), 간편식(1304억 달러, 23.5%), 대체식품(294억 달러, 5.3%) 순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향후 대체식품, 식품프린팅과 로봇 등 생산공정기술에서 높은 성장이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종자, 묘목, 동물용 의약품, 유전자 변형·대체·곤충 식품 등 그린바이오 분야 역시 2020년 1조2200억 달러였던 글로벌 시장이 2027년 1조9200억 달러로 연평균 6.8%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진 기자
경제부 / 차장
sujininvan@munhwa.com
/ 제작지원 /
2024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출처: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4071901032405017001